‘효심의 나라 한국’…생체간이식 절반은 아들·딸

‘효심의 나라 한국’…생체간이식 절반은 아들·딸

입력 2013-05-07 00:00
수정 2013-05-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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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생체장기이식 기증자 분석 결과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김모(18) 군은 서울아산병원 수술대에 올랐다. 간경화로 힘들게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하기 위한 수술을 자청한 것이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수십 번이나 되뇌며 눈물을 글썽이는 아버지에게 김 군은 “수술 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행복하게 살아요”라며 함께 잡은 두 손을 놓지 않았다.

최근 가족에 대한 개념이 희미해지고 세대 간 갈등도 심해지면서 효(孝)에 대한 의미가 퇴색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료현장에서는 부모에게 정성을 다해 효를 실천하는 자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어버이날을 앞두고 1990년부터 최근까지 살아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생체장기이식의 기증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간 기증자의 절반이 넘는 53.1%가 환자의 자녀로 집계됐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혈연공동체이자 운명공동체인 ‘가족’이 아직은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생체 장기이식은 뇌사자의 장기기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현실에서 유일한 타개책으로 간, 신장, 췌장이 주요 대상이다.

기증자 분석 결과, 총 3천587명의 생체 간이식 기증자(기증자가 2명인 2대1 간이식 수술 기증자 734명 포함) 중 절반이 넘는 1천903명(53.1%)이 자녀였다. 다음으로는 형제자매 412명(11.5%), 배우자 224명(6.2%) 등의 순이었다.

자녀 기증자 중에는 아들이 1천386명, 딸이 517명으로 각각 조사됐다. 아들이 많은 것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체격이 커 기증할 수 있는 간의 양도 더 많아 기증자로 적합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황신(간이식팀) 교수는 “몸에 남을 수도 있는 상처와 수술의 고통에도 사랑하는 부모님이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면 이런 어려움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효자 효녀가 아직 주변에는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간이식 환자는 말기 간질환 및 급성 간부전 등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갑작스런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간이식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때는 간 기증자를 빨리 찾아야 하는데 이때 주저 없이 기증을 자처하는 게 한국의 자녀라고 황 교수는 전했다.

반면 신장의 경우는 2천290건의 생체 기증자 중 형제자매가 924명(40.3%)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배우자 346명(15.1%), 부모 335명(14.6%), 자녀 291명(12.7%) 등의 순이었다. 또 췌장은 18명의 생체 기증자 중 가장 많은 7명의(38.9%) 기증자가 부모였다.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신췌장이식팀)는 “신장은 오랜 기간 투석 치료를 하다가 이식을 받는 환자들이 많아 이미 기증자를 형제자매 등 주변까지 확대해 찾기 때문에 기증자의 범위가 넓다”면서 “반면 췌장은 소아 때부터 인슐린 분비가 거의 되지 않는 1형 당뇨병 환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부모의 기증 비율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황신 교수는 “가끔은 수술대에 올라선 부모-자녀간 사랑에 가슴이 뭉클해지도 한다”면서 “특히 평소 무뚝뚝해 보이던 자녀들도 부모의 어려움에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 우리에게 아직은 효심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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