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0%대 진입…유가 하락 영향 커공업제품 전년동월대비 0.6%↓…하락 폭 1999년 이후 가장 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지난해에 이어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통계 작성 개시 이래 처음으로 물가 상승률이 2년 연속 1%대에 그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작년보다 1.3% 올랐다.
지난 2011년 4.0%이던 물가상승률은 2012년 2.2%, 2013년 1.3%로 둔화했으며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연간 물가 상승률 1.3%는 1999년(0.8%) 이후 최저치로,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2.5∼3.5%) 하단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작년보다 2.7% 떨어졌고 석유류 제품 가격도 4.3% 하락해 이들 품목이 낮은 물가 상승률의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공급 측면 요인이외에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저하 영향도 있어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현재 경기 회복세가 약한 정도가 아니라 멈춰 있고 저물가도 계속돼 저성장·저물가의 동시 발생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투자 심리를 살리고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 우려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2.0% 상승했고,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1.7%, 생활물가지수는 0.8% 각각 올랐다. 이들 상승 폭은 작년보다는 소폭 확대됐다.
그러나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9.3% 하락했다. 이는 1990년 통계 작성 시작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손웅기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양호한 기상여건에 따른 농산물 공급 확대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초반의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며 “내년에는 내수 회복에 따른 수요 측 상승 압력과 담뱃값 인상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2.0%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유가·곡물 등 공급 측 요인은 세계적으로 양호한 수급 여건에 따라 당분간 안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농축산물은 기저효과와 내년 기상이변에 따른 수급 불안 시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12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8% 오르는 데 그쳐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상승률이 0%대까지 다시 떨어진 데에는 유가 하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월에 비해서는 변동이 없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12월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1.6% 올랐다. 지난해 8월(1.5%)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인 지난달과 같은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4%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3% 올라 지난해 10월(0.0%)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신선식품지수는 2.8% 하락했다. 감소 폭은 축소됐지만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이다.
특히 신선과실(-11.1%)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신선채소도 0.1% 떨어졌다. 신선어개(5.4%)와 기타신선식품(4.8%)은 올랐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상품은 작년 같은 달과 변동이 없었다. 전월보다는 0.1% 하락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0% 오르면서 지난해 8월(3.1%)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양파(-35.0%), 배추(-27.1%) 등은 가격이 내려갔지만 돼지고기(13.3%), 국산 쇠고기(6.9%) 등 축산물이 오른 영향이다.
반면 공업제품은 작년 같은 달보다 0.6% 떨어지면서 지난 1999년 4월(-0.8%)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휘발유(-10.8%), 경유(-12.6%), 등유(-12.1%) 등의 내림세가 특히 커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도시가스(4.8%), 상수도료(0.6%), 지역난방비(0.1%) 등은 일제히 올랐다. 이에 따라 전기·수도·가스는 1년 전보다 2.1% 상승했다.
서비스는 작년 같은 달보다 1.6%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1% 올랐다.
외래진료비(1.8%), 하수도료(8.7%) 등이 오르면서 공공서비스는 작년 같은 달보다 0.6% 상승했다. 고등학생 학원비(3.5%), 공동주택관리비(2.6%) 상승의 영향으로 개인서비스도 1년 전보다 1.8% 올랐다.
집세는 작년 동월보다 2.2% 올랐다. 전세(3.1%)와 월세(0.5%)가 모두 상승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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