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권 원장...’차세대반도체 연구소’와 ‘로봇·미디어 연구소’ 신설
“현재 우리 경제, 사회는 위기다. 과학기술을 통해 다시 성장엔진을 점화하려면 수요자 지향적인 (R&D) 혁신이 필요하다. 출연연구기관 맏형인 KIST가 먼저 변화해 R&D 혁신을 선도할 것이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병권 원장은 1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R&D와 경제간 괴리, 중국과의 주력산업 경쟁 등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KIST가 창립 50주년을 한해 앞둔 올해 미래 50년 준비를 위한 변화를 본격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KIST가 변해야 출연연이 바뀌고 국가 R&D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KIST의 기관 운영, 특히 연구수행방식에 큰 변화를 주고 기본 사업체계, 평가방식 등을 전면 재검토해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는 연구조직에서 분야별 칸막이를 없애 융합연구와 수요자 지향적, 목적 지향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뇌과학연구소와 의공학연구소 등 기존 4개 전문연구소에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의 핵심분야인 ‘차세대반도체 연구소’와 ‘로봇·미디어 연구소’가 올해 신설됐다.
이 원장은 또 공공기관 이전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떠난 홍릉연구단지 발전 방향에 대해 지역공동화를 막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글로벌 지식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 현 R&D의 문제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방안은.
▲ 과학기술이 국가 발전과 성장에 큰 역할을 했지만 이제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 됐다. 양적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활용성이 낮은 논문, 특허만 양산한 채 상용화나 기술무역수지 등과 괴리가 생겼다. 현재 우리 경제, 사회는 위기라고 생각한다. 주력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과학기술을 통해 다시 성장엔진을 점화하기 위해 수요자 지향적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
KIST가 변해야 출연연이 바뀌고 국가 R&D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서 KIST의 기관 운영, 특히 연구수행방식에 큰 변화를 주려고 한다. 이를 위해 연구조직을 개편했고 기본사업체계, 평가방식 등을 전면 재검토해 변화 방향을 모색 중이다.
-- KIST가 추진하는 R&D 혁신 방향은.
▲ 연구수행 방식과 체계를 보완, 개선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은 물론 국가 R&D 혁신을 선도하고자 한다. 첫째로 연구조직을 개편했다. 의공학연구소, 뇌과학연구소 등 기존 4개 전문연구소에 올해 ‘차세대반도체 연구소’와 ‘로봇·미디어 연구소’를 신설했다.
차세대반도체 연구소는 포스트-실리콘(Si)은 물론 미래 반도체산업의 주도권 선점을 위한 원천연구를 강화할 계획이고 로봇·미디어연구소는 과학기술과 ICT의 융합연구 역량을 강화해 미국 MIT미디어랩, 카네기멜런대 로봇연구소에 버금가는 로봇 전문연구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 내년이면 KIST 창립 50주년이다. KIST의 미래 50년 구상은.
▲ 작년부터 KIST의 미래 50년 준비를 위해 장기비전, 건축, 50년사 편찬 등 5개 분과로 구성된 ‘창립 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내·외부 전문가들로 장기비전분과위원회를 구성,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KIST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50년이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주력산업 성장에 방점이 있었다면 미래 50년은 세 가지 관점에서 새로운 방향 변화가 중요하다. 먼저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영역,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영역에 도전해 국가 성장동력을 재점화하고 미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로는 국민안전, 국민 불안 해소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고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을 통해 국가위상을 높이고 국격을 높이는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 국내 첫 연구단지인 홍릉이 KDI 이전 등으로 변화의 기로를 맞았다.
▲ 모두의 지혜와 노력을 모아 홍릉 지역의 공동화를 막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한다. 홍릉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박사급 인력만 5천20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글로벌 지식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홍릉 발전계획은 30∼5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 거시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KIST와 주변 기관들을 주축으로 하되 지역 내 민간기업, 시민, 지역사회 모두를 아우르는 계획이 돼야 한다. 그간 비교적 낙후된 서울 동북권의 발전을 위해 인프라, 정주 여건 등의 개선도 발전 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인재들이 일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역 전반을 발전시키면 홍릉이 도시 재생형 클러스터로 거듭나 세계적인 발전모델 히트 상품이 될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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