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빛 발견] ‘필자’와 ‘나’/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필자’와 ‘나’/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7-07-19 22:24
수정 2017-07-1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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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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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인 글에서 사람들은 ‘나’를 꺼린다. 대신 ‘필자’라고 한다. ‘나’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은 ‘나’에 대해 확실한 신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상의 쓰임새와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일인칭 ‘나’는 주로 대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아랫사람을 상대할 때 쓰인다. 윗사람에게 ‘나’라고 하면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이 된다. “선생님, 나 바빠요”는 한국어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이나 쓰는 표현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나’ 대신 ‘저’라고 한다.

그런데 공적인 공간에서 ‘나’는 이렇게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불특정한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 ‘나’를 대신해 ‘저’가 쓰이기는 힘들다. ‘필자’가 사용되는 예가 흔하다. ‘나’라고 하면 좀 지나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다 보니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보다 ‘필자는 그렇게 대답했다’는 식의 표현이 더 많이 보인다. 주어를 일인칭에서 삼인칭으로 바꾼 것이다.

반드시 ‘나는’이라고 쓰는 사람은 ‘필자’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자신을 가리키면서 삼인칭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나’라는 표현이 무리가 없다고 본다. ‘필자’를 쓰는 사람들은 글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표현이라고 이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적이거나 형식적인 글에서 ‘필자’가 쓰인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이 더 선명하게 읽힌다.

2017-07-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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