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뉴비전 뜬구름 잡기는 안 된다

[사설] 한나라당 뉴비전 뜬구름 잡기는 안 된다

입력 2011-07-21 00:00
수정 2011-07-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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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산하 비전위원회가 정책 노선을 이른바 ‘좌(左)클릭’하는 뉴비전 보고서를 냈다. 10대 핵심과제를 보면 실로 야심차다. 2020년까지 국민소득 4만 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복지수준, 고용률 60%, 대학등록금 부담 30% 축소, 공천 30% 여성 배정, 대북 지원 등이 포함됐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한 공약(公約)이지만 또다시 뜬구름 잡기식의 공약(空約)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뉴비전 보고서는 1년간 공을 들여온 작품이다. 국회의원 20명을 포함해 전문가 100명이 투입됐다. 이를 발표한 나성린 의원은 보수 가치를 지키면서도 중도 좌파를 포용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보수 가치나 정체성 논란을 벌이며 옥신각신하는 것은 국민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좌우를 따지는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오로지 국리민복(國利民福)만을 기준으로 하는 국정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실천 가능한 사안을 먼저 추려내야 한다. 그런 뒤 폐기할 것은 폐기하고, 고칠 부분이 있으면 수정 보완해서 깔끔하게 매듭지어야 한다.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 노선을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감세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성장 우선에서 복지 확대를 통한 분배 강화로 전환했다. 현 정부는 성장 우선에 치중하다가 물가잡기에 실패했고, 친서민 정책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민심은 멀어졌으니 한나라당이 방향 선회를 시도해 보는 것 자체는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아직 당론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정부와 청와대 측의 동의를 얻은 것도 아니다. 당·정·청이 조속히 머리를 맞대 하나된 방향을 정해야 정책 혼선을 초래하지 않게 된다.

어제 보고서 관련 공청회에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등 핵심 지도부는 불참했다. 그들의 떨떠름한 반응으로 미뤄볼 때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채택될지조차도 불투명하다. 현재로선 보고서가 실천 없는 연구성과물로 끝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그 전체를 사장(死藏)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울 뿐임을 직시해야 한다. 민심이 노무현 정권 말기와 같다는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의 자성이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2011-07-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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