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팔짱 낀 우병우 앞에 손 모은 검찰

[사설] 팔짱 낀 우병우 앞에 손 모은 검찰

입력 2016-11-07 22:38
수정 2016-11-0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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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출두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가뜩이나 성난 민심에 기름을 퍼부었다. 우 전 수석은 검찰에 들어서면서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고압적 자세로 일관했다. 그간의 의혹에 관해 묻는 기자를 의도적으로 노려보는가 하면 기자들에게 “들어갑시다”라며 적반하장의 여유를 부려 주변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황제 소환’ 의혹을 받는 그는 역시나 뒷북 검찰 조사에서 상전 대접을 받았다. 여유 있게 팔짱을 낀 그에게 후배 검사와 직원들이 다소곳이 손을 모으고 있는 사진 한 장은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누가 피의자이고 누가 검사인지 기가 막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검찰이 어떤 계산으로 우 전 수석의 오만을 묵인하며 수사하고 있는지 넘겨짚고도 남을 만하다. 우 전 수석은 온갖 잡음 끝에 특별수사팀이 꾸려지고도 75일 만에야 검찰에 나왔다. 검찰은 그의 개인 수사는 물론이고 국정 농단의 핵심인 최순실씨 관련 수사까지 일일이 우 전 수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미 현직 민정수석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그런 사람한테 여전히 검찰이 말도 안 되는 환대를 했다면 수사 의지는 새삼 따져 볼 것도 없는 문제다.

우 전 수석의 입김에 검찰이 쿵짝을 맞춰 무늬만 수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우 전 수석의 혐의는 강남 땅 매각 의혹 등 횡령으로 제한돼 왔다. 그러나 그가 최씨와의 개인적 인연으로 청와대에 입성했고, 최씨와 측근들의 국정 농단을 몰랐을 리 없다는 국민적 의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어제야 김수남 검찰총장은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의혹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여론 눈치나 살피며 계속 뒷북을 쳐서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끝내 맹물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특별검사 도입으로 우 전 수석의 의혹은 낱낱이 재해부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검찰 불신은 더 내려갈 데가 없을 지경이다. 대통령이 수사를 받게 된 비상한 국면에도 청와대와 끈 떨어진 갓 신세인 전직 수석의 비위나 맞추는 못난 행태에 검찰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최씨 패거리의 국정 농단 수사는 말할 것 없고 만약에 있을 대통령 수사도 이미 기대할 게 없다는 국민 분노와 탄식을 새겨들으라. 검찰총장에게도 앞으로 특검에서 부실 수사의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펄펄 끓고 있다.
2016-11-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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