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구속영장 기각, 법원에서 실체적 진실 다퉈야

[사설] 조국 구속영장 기각, 법원에서 실체적 진실 다퉈야

입력 2019-12-27 21:54
수정 2019-12-2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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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조국 전 장관에 면죄부 준 것 아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어제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범죄 혐의는 소명됐다”면서도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영장실질심사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측은 법원이 조 전 장관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법원 측 설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이 설립한 ‘미르재단’ 등의 비위를 인지하고도 감찰하지 않았다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구속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법원이 감찰 중단이란 직권남용에 관용을 배푼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찰은 향후 보강 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한 후 재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 나서는 방안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정무적 판단과 결정에 따라 통상의 업무를 수행해 왔음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면서 “검찰은 직권남용이란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는데, 향후 그 직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법원의 최종 판결에 의해 명확하게 판단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이유만으로 조 전 장관가 혐의를 벗었다고 할 수도 없다. 법원은 검찰에 보낸 기각 사유에서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해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키고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전 장관측은 영장심사에서 유 전 시장이 속해 있던 기관에 통보해 사표를 받는 선에서 그친 것을 두고 ‘정무적 판단’에 따른 정상적 업무 처리였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 기각은 검찰 수사에도 시사점이 크다. 섣불리 검찰이 부실수사를 했다는 딱지를 붙일 수는 없겠으나 ‘표적수사’나 ‘별건수사’, ‘과잉수사’라는 비판과 관련해 수사과정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검찰과 조 전 장관측은 앞으로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오로지 증거와 법에 따라 진위를 가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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