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반성/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반성/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10-01-15 00:00
수정 2010-01-15 00:1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점심 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시청앞 지하도를 나서는데 계단에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가 담요를 뒤집어쓰고 오들오들 떨면서 앉아 있었다. 할머니 앞에 놓인 분홍색 플라스틱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참 안됐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지나쳐 버렸다. 속으로 온갖 핑계를 대면서. ‘날씨도 춥고, 시간도 없고, 지갑 꺼내기도 귀찮고….’

그 순간 ‘찰랑’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젊은 외국인 여성이 바구니에 동전 몇닢을 넣어준 뒤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주머니 속의 지갑만 만지작거리다 그냥 지나친 내가 부끄러웠다.

한 사진작가가 들려준 인도 바라나시의 꽃 파는 소녀 이야기가 생각났다. 길에서 만난 소녀가 “나의 꽃을 사지 않으면 당신은 후회하고 말 거예요.”라며 간절하게 부탁했지만 갈길이 바쁘다며 뿌리쳤던 그는 지금껏 그 일을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잠시 멈추기를 주저하지 말고 자비를 베풀라는 그 얘기가 그제서야 진실로 가슴에 와닿았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0-01-15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