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반바지와 슬리퍼/이도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반바지와 슬리퍼/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1-07-28 00:00
수정 2011-07-2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른 아침, 번개와 천둥 때문에 눈을 뜬 것 같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바람까지 불어 대 우산으로는 몸 하나 가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배낭을 꺼내 여벌의 바지와 양말, 구두 등을 챙겨 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아내가 거들었다. “어차피 갈아입을 거면 차라리 반바지를 입고, 쪼리(슬리퍼)를 신고 가면 어때?”

입사 21년 만에 처음으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아스팔트 바닥에서 튀어 오른 빗물이 무릎을 적셨다.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 곳곳에 생긴 웅덩이는 발목까지 빠졌다. 그렇지만 걱정할 게 없었다. ‘불량한’ 복장을 들키기 싫어 일찌감치 집을 나선 덕분에 8시 조금 전 회사에 도착했다. 화장실에서 빗물에 젖은 발을 씻고 사무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데 2분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2년 미국 유학 시절, 반바지나 미니스커트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수업에 들어오는 클래스메이트들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곤 했다. 오늘에야 그들을 이해할 것 같았다. 반바지에 슬리퍼, 참 편했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1-07-28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