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특별사면의 명암/박홍환 논설위원

[씨줄날줄] 특별사면의 명암/박홍환 논설위원

입력 2014-01-25 00:00
수정 2014-01-25 00:3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광복절 특별사면 때의 일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통합과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정치인과 경제인, 고위공직자와 공무원 등 34만여명에게 ‘은전’을 베풀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 SK 최태원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비롯한 경제인 74명의 사면이 특히 쟁점이 됐다.

이들에 대한 사면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법무부와 검찰 소속 위원 5명은 이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설파했고, 민간위원 4명은 ‘사면권 남용’과 ‘정부 신뢰 훼손’ 등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조차 경제인 사면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사실이 최근 공개된 당시 회의록에 고스란히 실려 있다. 의견이 엇갈렸지만 이들은 결국 사면됐다.

당시 감형에 이어 사면까지 ‘2중 특혜’를 받은 최 회장과 김 회장은 또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한 명은 차가운 구치소에서, 또 한 명은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라고 족쇄를 풀어줬더니 또 다른 비리로 기대를 저버린 셈이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이 한낱 우스개 거리로 전락한 대표적 사례다. 민간위원들의 지적대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중 여러 차례 사면권을 행사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9차례로 가장 많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8차례, 이 전 대통령이 7차례, 김대중 전 대통령이 6차례다. 취임 첫해에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사면 카드’를 사용하고, 임기 중 측근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해 논란이 된 것도 닮은꼴이다.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2월 삼성 이건희 회장만을 대상으로 한 ‘1인 특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특별사면을 곧 실시한다. 설을 앞두고 다음 주 단행될 특사에는 서민 생계형 사범을 위주로 6000여명 정도가 포함된다고 한다. 정치인과 경제인, 공안사범 등은 심사대상에서 아예 배제됐다. 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돈이 있고 힘이 있다면 책임을 안 져도 되는 모습이 만연한 상황에서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한다면 법질서를 확립할 수 없다”며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역대 정권의 사면권 남용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식구’와 ‘가진자’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사면권을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 첫 단추가 이번 설 특사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4-01-25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