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살상사고에도…미국 TV ‘폭력성’ 여전

잇단 살상사고에도…미국 TV ‘폭력성’ 여전

입력 2013-05-02 00:00
수정 2013-05-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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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CBS.NBC.폭스 등 4대 공중파TV 프로그램 조사

미국 사회가 잇단 인명 살상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TV 프라임타임(시청률이 높은 시간대. 밤 8~11시)에서는 여전히 폭력과 살인(gore), 총싸움이 주요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방송 모니터단체인 학부모TV위원회(Parents Television Council.PTC)가 지난 1월11일부터 한달간 공중파TV를 통해 프라임타임에 방송되는 392편의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192편에서 폭력적인 사건이 발견됐다.

일부는 ‘심슨가족’(The Simpson)처럼 만화적인 묘사도 있었지만, 상당부분은 총싸움, 찌르기, 두들겨 패기 등의 내용이었다.

ABC ‘바디 오브 프루프’(Body of Proof)의 한 등장인물은 살아있는 여성의 뇌를 꺼내고 싶다고 말하면서 여성의 코에 갈고리를 찔러넣는다. 그러나 그 순간 총에 맞고 난간으로 밀쳐져 추락사한다.

폭스 ‘더 팔로잉’(The Following)의 한 여성은 자신의 눈을 얼음 깨는 송곳으로 찌른다.

CBS ‘하와이 파이브-오’(Hawaii Five-O)의 교도소 폭동 에피소드에서는 세탁실 다리미로 사람을 죽이려는 자, 다리를 이용해 사람의 목을 부러뜨리려는 자, 어떤 주사를 맞고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자 등이 등장했다.

NBC ‘시카고 파이어’(Chicago Fire)에서는 한 남성이 병원 직원을 위협하다 테이저건(Taser Gun·권총형 전기충격기)에 맞아 불구가 된다.

CBS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s)에서는 화랑 주인의 눈꺼풀을 잘라내려던 한 남성이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쏜 총에 맞아 죽는다.

이같은 TV의 폭력성에 현실세계가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보스턴마라톤테러 사건 이후 NBC는 연쇄살인범을 다룬 드라마 ‘한니발’(Hannibal)의 한 에피소드를 방송하지 않기로 했다. 일가족 총기 살인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는 에피소드였다.

또 ABC도 같은 시점에 ‘캐슬’(Castle)의 한 에피소드를 불방조치했다. 문제의 에피소드에는 등장인물이 압력을 감지하는 폭탄을 밟는 내용이 들어있다.

지난해 12월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학부모들은 학교 총기 난사를 다룬 ‘글리’(Glee)의 최신 에피소드를 반대하기도 했다.

미디어의 폭력성을 주제로 한 글을 종종 발표해온 뉴멕시코 의대의 빅터 스트라스버거 박사는 “상황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며 “방송 책임자들은 공공의 건강에 관한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방송국들은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면 곧바로 관련 에피소드의 방송 스케줄을 조정하고는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 방향을 수정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학부모TV위원회(PTC)는 지난 18년간 진행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TV 프로그램에서 살인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그 방법이 더욱 다양해지고 악랄해졌다고 주장한다.

공중파TV는 시청자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케이블TV와의 경쟁에서 자신들이 치인다고 주장하며, 폭력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

이번 PTC의 연구 결과에 대해 CBS 대표는 언급을 거부했고, ABC와 NBC, 폭스는 언급 요청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스트라스버그 박사는 “어린이의 건강이 큰 돈(big money)과 충돌할 때 언제나 큰 돈이 이긴다”고 지적했다.

잇단 비극적 사건에도 불구하고 4대 공중파TV가 올 가을 방송할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면 폭력적인 소재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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