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大 학술지 예방타격 논문 “20발로 시설파괴… 100명 숨져”
‘소형 핵폭탄과 정밀 타격 기술의 결합으로 북핵 시설을 타격해도 100명 미만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최근 미국의 한 대학 학술지에 ’북핵 시설에 대한 핵폭탄 타격’ 가상 시뮬레이션 논문이 실리면서 핵폭탄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 하버드대 벨퍼과학국제문제센터의 저명 학술지 ‘국제안보’ 봄호에서 케어 리버 조지타운대 교수 등이 폭발력 0.3kt의 소형 저출력 핵폭탄 B61을 사용한 북한 핵시설 예방타격을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논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에 대해 토머스 릭스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속 군사·국가안보 전문가는 “그동안 읽어 본 논문 중에서 가장 무서운 논문”이라며 “저출력 핵폭탄 사용을 통한 북한의 핵 무력화 논의는 핵의 ‘선제 불사용’이라는 국제 원칙을 깨는 행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리버 교수 등은 소형 핵폭탄 B61과 폭발력 455kt의 핵폭탄 W88을 각각 사용했을 때 북한 핵시설에 대한 파괴 효과와 인명 피해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북한 핵시설 5곳에 대해 W88 두 발씩 모두 10발을 지상폭발 방식으로 타격했을 때 한반도에서만 200만~30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B61을 목표물마다 네 발씩 모두 20발 사용하면 W88과 마찬가지로 95% 이상의 확률로 시설을 파괴할 수 있고 인명 피해도 100여명으로 준다고 설명했다.
리버 교수 등은 미 국방부의 컴퓨터 모의실험 프로그램인 위험예측평가역량(HPAC)을 이용해 북한 내 핵폭탄 저장고, 핵미사일 격납고, 이동식 차량발사대 방호시설 등 목표물 5곳이 인구 희박 지역에 은폐돼 있다고 가정하고 모의실험을 했다. 리버 교수 등은 “핵폭탄 투발 체계의 정확도가 혁명적으로 향상돼 인명 피해가 적은 저출력 핵폭탄으로도 적의 핵 무력을 파괴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며 “앞으로도 정밀 타격과 정밀 탐지 등 군사적 기술 발전이 국가 안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핵폭탄과 군사 기술력 맹신이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이 논문을 읽고 혹시 대북 전쟁 계획 수립자 등이 오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실제 전쟁은 시뮬레이션과 아주 다른 결론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7-06-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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