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시민단체, 정부의 국방력 강화 맞서 ‘평화로운 무기’ 고안
스웨덴의 한 평화운동단체가 스웨덴 영해에 러시아군의 잠수함이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기발하고도 평화로운 ‘무기’를 개발했다.스웨덴평화중재회(SPAS)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이 무기의 이름은 ‘노래하는 선원 수중방어시스템’.
SPAS가 이날 스웨덴 동쪽 발트해 아래에 설치한 이 장치에는 하얀 속옷만 입은 채로 엉덩이를 흔드는 남자 선원의 모습이 핑크색 네온의 애니메이션으로 표시된다.
핑크색 하트가 둥둥 떠다니는 애니메이션의 상단에는 ‘스웨덴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러시아어로 적혀 있고, 아래에는 영어로된 같은 글귀와 더불어 ‘1944년 이후 게이’라는 문구가 추가돼 있다. 1944년은 스웨덴에서 동성애가 합법화된 해다.
이뿐만 아니다.
이 ‘노래하는 선원’은 수중 음파로 ‘동성애자라면 이쪽으로 오세요’라는 모스부호를 계속해서 송신한다.
지난 2013년 반(反)동성애법을 도입한 러시아의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를 겨냥한 것이다.
스웨덴은 지난해 발트해 연안에서 ‘타국의 수중활동’을 탐지했다며 수상한 함정을 찾기 위해 200명의 병력과 급습정, 소해정,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스톡홀름 군도를 수색했다.
당시 수색에서는 아무것도 찾지 못했으나 스웨덴 안팎에서는 러시아 잠수함이 침입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 침입 우려가 커지면서 스웨덴은 2010년 폐지한 징병제 부활을 검토하는 등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방예산을 102억 크로나(1조3천500억원) 늘리고 10년 만에 다시 발트해의 고틀란드 섬에 군대를 파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 텔래그래프는 보도했다.
SPAS의 안나 에크 회장은 “군사행동이나 무기가 갈등 해결 수단으로 효과가 있었다면 세상에는 아주 오래전에 전쟁이 사라졌어야 했다”며 스웨덴 정부에 보다 평화적인 해법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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