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재 감독회장 2개월여 만에 직책 박탈
지난 7월 취임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 전용재 감독회장이 2개월여 만에 감독회장직을 박탈당했다. 감리교 총회특별재판위(특별재판위)가 불법 선거를 이유로 전 감독회장의 당선 무효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5년 만에 감독회장을 어렵게 선출해 교단 정상화의 기대를 모았던 감리교가 또다시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전용재 감독회장
특별재판위의 결정은 전 감독회장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면서 현금을 건넸다는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제시된 관련자 진술서에는 전 감독회장 등이 지난 6월 18일 충북 청주의 한 호텔에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돼 있다.
이 판결의 당사자인 전 감독회장은 원고 측 진술서 내용을 부인한 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 감독회장 측은 “6월 18일이 아닌 25일 청주 지역을 방문했고 식사를 제공하거나 여비를 준 사실도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전 감독회장은 특히 재판 당일에 제출된 증인 진술서를 증거로 채택하고 피고 측에 반증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재판부의 명백한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 감독회장은 선거법 위반 여부 판결 전 총회특별심사위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할 태세다.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회법에 총회재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교 교리·장정은 총회재판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14일 이내에 재심을 신청하도록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최고심인 총회특별재판은 단심제를 채택하고 있어 재심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감리교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따라서 특별재판위가 재심 청구 수용 후 판결을 번복하거나 사회법에 따라 법원이 특별재판위 판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감독회장 직무대행 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감독회장을 뽑아놓고 다시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감리교의 한 목회자는 이와 관련해 “5년여 만의 감독회장 선출로 정상화의 가닥을 가까스로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어 안타깝다”며 “합리적인 수순을 밟아 감리교단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3-09-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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