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사퇴요구 일축…”이유 막론, 심려끼쳐 죄송” 사과”檢, 있는걸 없는걸로 만드는 나라 아냐”…수사독립성 강조”복잡하고 광범위한 수사 될 것”…수사 대상이 방향 언급 부적절 논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완구 국무총리는 15일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잇따라 제기된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했다.이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의 사퇴 요구에 “그런 메모나 일방적 한쪽 주장만 갖고 거취 문제를 결정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공직자가 근거 없는 말 때문에 이렇게 궁지에 몰리고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도 문제가 아니겠느냐”며 “지금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는 거 아니냐”고 강변했다.
성 전 회장의 유류품 메모에 이 총리를 비롯한 여권 핵심 인사 8명의 이름 및 금품 액수가 적혀 있다는 정황이나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2013년 4월4일 직접 돈을 건넸다고 폭로한 것만으로는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미다.
총리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면 의혹을 자인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곧 해외 순방에 나서는 상황에서 총리마저 공백 상태로 두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을 수 있다.
이 총리는 “특정인(성 전 회장)의 메모에 이름이 거론됐다고, 특정인의 진술 하나만으로 막중한 자리를 가볍게 볼 수 없다”라며 “저는 한 나라의 총리다. 총리 직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총리는 수사를 받겠다고 자처한 마당에 총리직을 유지하는 게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도 “검찰이 없는 걸 있는 걸로, 있는 걸 없는 걸로 만드는 나라는 아니다”며 수사의 ‘엄정중립’을 강조했다.
이어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전날 자신의 발언을 두고 정 의원이 ‘총리가 목숨을 걸겠다는데 어떤 검사가 증거를 찾겠느냐’고 꼬집자 “법무부 장관이 개별 사건 수사에서 검찰을 지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검찰 수사에 대해 “앞으로 여러 가지 조사하다 보면 ‘아하, 그랬구나’ 하는 문제도 나올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말씀드린다”며 “대단히 복잡한 수사가 될 것이다. 광범위한 측면에서 수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복잡하고 광범위한 수사’를 언급한 것은 “연루된 8명을 중심으로 관련 인사를 소환해서 하다 보면 고인(성 전 회장)이 어떻게 비자금을 만들었는지, 어떤 경로로 돈을 줬는지 나오지 않겠느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전날 “이 총리부터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한 가운데 수사 대상이 될 이 총리가 수사 방향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여권 핵심 인사들이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국정이 흔들리는 데 대해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지고 나서 이 총리가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정부질문 답변 과정에서 2012년 대선 유세 지원이나 자신의 휴대전화 개수 등과 관련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에는 “기억의 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 내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에 대해 “총리를 비롯해 우리나라 정치인하고 전화를 다 할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분”이라며 “억울하다면 당연히 밝힐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이 있는 분인데,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고인(성 전 회장)과 친하지 않았지만, 대충 듣고는 있었다”며 “그래서 예사롭지 않게 평소 생각했고, 가끔 제가 동료 의원에게 ‘가능하면 (성 전 회장을) 조심하면 좋겠다’고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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