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이어 황교안 임명동의안도 여야 표결처리 ‘성사’ 정치적 고비마다 여야 타협 유도해 국회 파행 막아내
효율성보다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합의의 정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여야간 절충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이완구 전 총리 임명동의안에 이어 이번 황교안 총리 임명동의안도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되면서다.
국회는 18일 오전 본회의를 열어 황 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 재석 의원 278명 가운데 찬성 156명, 반대 120명, 무효 2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하지만 이틀전까지만해도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쏠렸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메르스 확산 사태 등을 내세워 임명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한 반면에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부적격’ 낙인을 찍었던 야당은 황 후보자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고,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도 불성실하게 제출해 총리로 적합한지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가 결국 국회 파행을 몰고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전날 오전까지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소집을 야당과 합의하지 못하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또 실제로 정 의장을 찾아가 본회의를 열어줄 것을 공식 요구할 계획까지 잡았다.
그러나 정 의장은 당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반쪽짜리 총리는 원하지 않는다. 국민도 원치 않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국민에 대한 기본 예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당이 요구하는 임명동의안 직권 상정을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당초 18일부터 시작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대정부질문 일정을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본회의는 여야 합의로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어 여야 원내대표와 잇따라 접촉, 의사일정 합의를 끈질기게 종용했다.
결국 여야는 기존 입장에서 각각 조금씩 물러나 18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하기로 합의했고, 각종 의혹에 대한 황 후보자의 유감 표명과 국회 인사청문회법 제도개선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았다.
정 의장이 여야간 입장이 맞섰을 때 어느 일방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회를 운영하지 않고 여야간 합의를 독려해 파국을 막고 ‘타협정치의 묘미’를 끌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합의의 정치’를 신봉하는 정 의장의 ‘뚝심’은 지난해 9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야당이 국회 등원을 거부했을 때 처음 효력을 발휘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여당 단독으로라도 계류 법안을 처리해 ‘입법제로(0)’를 해소할 수 있도록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정 의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여야간 협상을 압박해 결국 여당의 법안 단독처리를 막고, 야당의 등원을 끌어냈다.
지난 2월 이완구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서도 정 의장은 본회의 소집을 연기하면서 여야를 압박해 이번처럼 결국 야당의 표결 참여를 성사시켰다.
이처럼 정 의장이 정국의 분수령마다 파행을 막고 여야간 원활한 합의를 끌어내면서 향후 펼쳐질 국회법 개정안 관련 ‘거부권 정국’에서도 원만한 국회 운영의 묘수를 찾을지 주목된다.
국회는 최근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위헌논란이 제기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문구를 수정해 정부로 이송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위헌소지가 있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해 행정부와 입법부간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국회에 재의를 요청할 경우 곧바로 이를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있다.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해 재의결에 나설 경우 당·청관계의 파탄을 각오해야 하는 반면에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에 반대해 이를 부결시키거나 자동폐기 절차를 밟을 경우 야당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입법부와 행정부, 여와 야의 충돌이 불가피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정국이 펼쳐지면 정 의장이 입법부 수장으로서 어떤 입장과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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