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혁신안 논란으로 당직인선 표류 장기화 조짐 文 “얘기좀 해주지”…金 ‘불가근불가원’ 원칙 고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당 운영발걸음과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쇄신안 마련 행보가 서로 스텝이 어긋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 대표와 김 위원장은 ‘악어와 악어새’, ‘2인3각’의 관계로 비유돼 왔지만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현행 최고위원제와 사무총장직 폐지 등 파격적인 혁신안을 내놓은 뒤 당내 논란이 계속되면서다.

후속인선을 통한 전열정비를 구상하던 문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강행한 최재성 사무총장의 인선이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무효화될 위기에 처하는 등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모든 인선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와 ‘조기총선 체제’로 전환하려던 문 대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번 혁신안을 두고도 김 위원장이 문 대표와 상의하지 않자, 문 대표는 비공개최고위에서 “미리 얘기좀 해 주지(그랬나)”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는 후문이다.

이미 김 위원장은 혁신안이 중앙위 등에서 관철되지 않으면 사퇴할 수 있다며 ‘배수진’을 친 상황이어서 문 대표로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책위의장, 조직부총장 자리 등 후속 인선의 매듭을 아직 풀지 못하고 있지만 혁신안을 둘러싼 논란으로 장기표류 가능성이 커 보인다.

뿐만아니라 당장 당의 살림을 책임진 사무총장이 갑작스레 없어지면 당도 안정을 찾기 힘들 수 있고, 최고위원제 폐지 방안이 나오자 최고위원들이 ‘종이 호랑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비노계에선 쇄신안이 문재인 대표의 권한만 강화시켰다고도 해석하며 반발하고 있다.

옛 실무당직자로 출신으로 구성된 ‘국민희망시대’가 9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것을 놓고도 비주류 측 인사는 “혁신안 발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연관지어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는 혼란스런 당을 다잡기 위해 ‘유능한 경제정당’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문 대표는 9일 ‘청년 알바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다음 달 말까지 매주 2차례씩 소상공인, 중소기업 관계자는 물론 대기업 관계자나 전직 경제사령탑 등을 잇따라 만나기로 했다.

아울러 금강산 관광 중단 7년째를 맞아 10일 현장최고위를 강원도 고성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반면에 김 위원장은 이날 재선 의원들과 조찬간담회를 여는 등 ‘뚜벅뚜벅’ 혁신위 일정을 소화했다.

당 상황 수습에 여념이 없는 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움직임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한 행보로도 비쳐졌다.

간담회에서 유성엽 의원은 “지도부 기득권을 더 내려놓는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고, 유승희 최고위원은 “인선에서 당헌당규를 지키도록 혁신위가 노력해 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표와 ‘운명공동체’라는 평가 속에서도 혁신안을 놓고는 ‘불가근불가원’ 태도로 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에게 아직 혁신안 설명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위는 그림을 그리며 한조각 한조각씩 맞춰가고 있다. (당내 이견이 있더라도) 혁신위 제안이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아닌 이상 내용 변경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무총장 폐지로 인한 우려에는 “선대위 체제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했고, 국민희망시대 회원들이 탈당 기자회견 등 원심력 강화 우려에도 “탈당과 혁신안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