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원자력협정, 美비확산 원칙속 韓자율성·실익 확대

새 원자력협정, 美비확산 원칙속 韓자율성·실익 확대

입력 2015-04-22 16:19
수정 2015-04-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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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관리 연구, 장기동의로 기존제약 대폭완화저농축도 추진 길터…농축·재활용 숙제미뤘다는 지적도

한미 양국이 22일 타결한 새 원자력협정은 전체적으로 미국의 비확산 원칙이라는 틀 내에서 한국의 원자력 현실에 필요한 자율성 확대를 다각적으로 모색한 결과로 분석된다.

정부는 ▲ 사용후 핵연료 효율적 관리 ▲ 원전 연료 안정적 공급 ▲ 원전 수출 증진이라는 3대 협상 목표에서 우리의 높아진 원전 산업 위상에 요구되는 수준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국가와의 원자력협정에 넣은 농축·재처리 포기 조항,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이번 협정에는 명시되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나아가 새로 설치될 한미 고위급위원회에서 합의를 전제로 미국산 우라늄의 20% 미만 저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을 위해 한미가 공동 연구 중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과 관련, 전해정련 이후의 뒷부분의 연구에 대해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아울러 주목할 만한 것은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하는 일부 연구·개발 활동에 대해 종전 제약이 대폭 완화된 점이다.

이번 협정을 통해 한국은 사용후핵연료의 안정적 관리 방안 모색과 직결된 연구·개발 공정, 즉 조사(照射)후시험과 전해환원에 대한 ‘장기동의’를 확보했다.

조사후시험은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을 띠는 물질의 특성 등을 확인해 데이터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이는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등 처리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데 기초가 되기 때문에 필요한 활동이라는 게 정부 내 평가다.

전해환원의 경우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으로 검토되는 파이로프로세싱의 첫 단계 공정을 우리가 직접 연구해 본다는 의미가 있다.

전해환원 단계에서는 플루토늄 등 민감한 핵물질 추출이 이뤄지지 않아 핵확산 우려가 없다는 평가다.

기존 협정 체제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잘라서 분석하는 등 이른바 형상·내용 변경을 할 때마다 건건이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했다.

이는 형상·내용 변경을 한미가 ‘공동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한 구협정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통상 5년치 연구에 대해 한꺼번에 미리 동의를 받아왔다.

그러나 새 협정 하에서는 우리가 보유한 시설에서의 조사후시험 및 전해환원 활동에 대해 미국이 협정기간 내 장기 동의를 해 자유로운 수행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정책적 검토도 이전까지는 미국의 동의에 얽매여 연구 일정에 영향을 받았다면, 이제는 이런 부분이 상당히 해소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안전조치 같은 비확산 조치를 취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별도의 사전 동의 필요없이 우리가 필요한 연구 계획과 절차를 마련해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라늄 농축 문제를 비롯한 원전 연료의 공급과 관련해서는 안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에 방점을 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현재 원전 연료 시장이 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 혹시 있을지 모를 비상 상황에도 차질 없이 수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필요할 경우 일정한 절차·기준에 따라 고위급 협의 메커니즘을 통해 미국과 합의하면 20% 미만의 저농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연 것도 그 일환으로 분석된다.

새 협정으로 설립될 한미 간 상설 고위급(차관급) 위원회도 한국의 위상이 반영된 대표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세계의 양자 간 원자력협정에서 전략적 고위급 협의체 운영을 규정한 것은 이번이 최초로, 미국이 다른 국가와 맺은 원자력협정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요소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갖고 있던 과거의 체제를 벗고, 현재 당면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고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협정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협정 개정으로 미국의 비확산 정책이 원칙적으로 변화된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이행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용후핵연료 연구·개발 제약이 일부 완화된 것은 해당 활동이 큰 틀에서 미국의 비확산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해정련 등 보다 민감한 공정이 포함된 전체 파이로프로세싱 활동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미 간 합의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두는 데서 절충이 이뤄진 것도 비확산 차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20% 미만 저농축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에 농축 시설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 마련된 추진 경로가 당장 가질 수 있는 의미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문제라는 어려운 숙제의 해결을 뒤로 미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가능성의 불씨는 살려놨지만 앞으로 비확산, 경제성 등 종합적인 판단과 평가는 물론 미측과의 합의가 필요해 실제 현실화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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