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무기 보유 선언 10일 거론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까.통상 북한이 주요 정치 일정이 맞물린 ‘의미 있는 날짜’를 선택해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는 점에서 가능한 시점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우선 오는 10일이다. 북한은 2005년 2월 10일 외무성 공식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처음 공개 선언했다. 핵 보유를 공표한 상징적인 날을 3차 핵실험의 디데이로 활용할 수 있다.
12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새해 국정운영 기조를 담은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날이다.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남측보다는 미국에 대한 메시지로 공언한 만큼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 연방 공휴일로 ‘대통령의 날’인 18일도 거론된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회에서 12일과 18일을 핵실험 예상 시점으로 꼽았다.
북한의 1, 2차 핵실험 일자는 모두 미국의 공휴일이었다. 1차 핵실험이 진행된 2006년 10월 9일은 ‘콜럼버스의 날’이었고, 2009년 5월 25일은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였다.
북한의 내부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14일과 16일이 꼽힌다. 14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원수로 추대된 날이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중앙군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해 2월 14일 김 국방위원장을 북한 최고 명예계급 칭호인 대원수로 추대했다. 북한에서 대원수는 김일성 주석과 김 국방위원장 두 명뿐이다.
북한이 김정일의 최대 업적으로 핵 보유를 내세우고 있고, 핵무장을 유훈으로 남긴 김정일의 생일이 오는 16일이기 때문에 그 직전인 14일이 유력 시점으로 거론된다. 북한 당국으로서도 주민들에게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할 수 있는 상징적인 날이 될 수 있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25일 대통령 취임식은 전략적 활용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시점을 조절하며 당분간 핵실험을 유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상존한다. 북한 역시 명분 못지않게 핵실험에 따른이해득실을 판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3-02-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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