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더 커진 농협 전산장애 사고원인

의혹 더 커진 농협 전산장애 사고원인

입력 2011-04-18 00:00
수정 2011-04-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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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통상적 해킹 아닌 ‘사이버테러’로 규정

농협 전산장애에 대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공동조사가 18일 시작되고 검찰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이 이번 전산장애를 ‘사이버 테러’로 규정함에 따라 사고를 둘러싼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

농협은 이날 이번 전산장애에 대해 자료를 빼내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농협 전체 전산망을 파괴하는 데 목적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농협의 설명이 이번 사고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기는 커녕 도대체 누가, 어떤 의도로 이런 ‘엄청난 범행’을 저질렀는지 궁금증만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은 전산장애 발생 7일째를 맞은 이날 중간브리핑을 통해 “보안팀에서는 (이번 사고의) 삭제명령이 상당히 치밀하게 계획됐고, 고도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작성한 명령어의 조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상당한 기술력을 가진 사람이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저지른 ‘계획된 범행’이라는 것이다.

특히 삭제명령은 최고접근권한을 가진 사람만이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자 농협 측은 “직위가 아니라 기술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농협 IT본부분사의 김유경 팀장은 “전체 서버에 대해 한꺼번에 파괴 명령이 내려졌고,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됐다. 기관의 전산망 전체를 무력화한 시도로 보이며 엔지니어가 아니면 모르는 수준의 명령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산장애는 실수에 의한 사고는 아니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내부자 소행인지, 외부세력이 개입됐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단 무게는 내부 소행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고 자체가 양재동 농협 IT본부 분사의 협력업체 노트북 PC에서 명령어가 하달됐기 때문이다.

또 김 팀장은 명령어의 조합에 대해 “서버의 내부적인 커널과 네트워크 방호벽을 모두 꿰고 있어야 가능한 조합”이라고도 말해 일차적으로 내부인사에 혐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농협 측은 사고 당시 문제의 노트북 PC가 외부 인터넷망에 연결돼 있었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외부 인터넷망’으로부터 공격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범행동기는 더더욱 베일에 싸여 있다.

농협 측은 일단 경제적 이득을 위한 것은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리지 있다.

농협은 “해킹의 경우 특정정보를 취득해서 경제적 이득을 봐야 하는 데 이번엔 내부에서 파괴명령만 내렸고, 정보유출 등의 명령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파괴 자체가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내부 인사가 회사에 대한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과 탁월한 기술력을 가진 불순세력이 농협전산망을 통해 경제적 혼란을 일으키기 위한 계획된 테러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은 “이번 사고는 국내외의 보안사고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이버테러 수준”이라면서 “IBM 중계서버 뿐만아니라 다른 서버에도 침투를 시도한 흔적도 있다”고 말했다.

농협측은 그러나 “최근 IT분사에서 해고 또는 기타 불이익을 당했거나 그런 위기에 한 사람은 없다”며 개인적 불만에 의한 법행 가능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불순분자에 의한 사이버테러에 대해선 문제의 노트북 PC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금방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도 있다.

현재 검찰이 사고 당일 노트북 PC의 로그를 확인하는 한편 CCTV를 분석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용의자가 압축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농협의 사고원인을 둘러싼 설명에 대해 비판적인 지적이 적지 않다.

농협 측이 나름대로 원인을 파악해놓고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선별적으로 브리핑하며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스무고개식 수수께기 풀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농협은 지난 12일 사고 발생 직후부터 의혹을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마지못해 사실을 인정하거나 공개하는 구태를 계속 보여왔다.

농협이 검찰의 수사나 한은 및 금감원의 특별검사에 대해 적극 협조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 파악한 실체적 진실에 대해 성실하게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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