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시각 전문가 만난데 이어 현장 방문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우면산 산사태가 “천재만은 아니다”고 말한데다 최근 전문가들을 만나고 있어 재조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20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취임식이 열린 16일 오후 집무실에서 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단장을 맡았던 정형식 전 한양대 교수를 만났다.
정 전 교수는 “산사태의 원인은 집중호우와 배수로 막힘 등에 의한 천재”라는 기존 조사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어 17일 오후 사고 당시 언론을 통해 “지난해 같은 곳에서 산사태가 났는데도 서울시가 주요 지점에 사방시설을 확충하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한 서울시립대 이수곤 교수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현재 진행되는 복구공사는 실효성이 없어 중단해야 하며 외국 전문가를 포함한 조사단을 다시 꾸려 정밀 재조사를 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두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박 시장이 21일에는 산사태 현장을 직접 찾는다. 복구공사 상황을 점검하고 피해 주민을 만나는 자리다.
서울시 고위 간부는 “시장이 두 전문가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들었지만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 사안을 그냥 뭉개고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을 정리해 밝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존 원인조사단의 결론을 받아들이든 재조사라는 결단을 내리든 ‘박원순표’ 결론을 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박 시장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역풍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천재’라는 결론을 받아들여 재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피해 주민의 반발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시민안전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설정한 그의 시정 비전에 임기 초반부터 흠집이 나게 된다.
특히 우면산 산사태에 서울시의 책임이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상황이어서 ‘피해 주민의 마음은 상관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말바꾸기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31일 서울방재종합센터를 찾아 “우면산 산사태를 천재지변이라고만 보고 넘어가서는 안된다. 내가 근처에 살아서 몇 차례 가봤는데 지난해 분명 사고가 크게 있었고 이후 충분히 복구가 될 수 있는 부분도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래됐다”고 말했다.
재조사를 벌이기도 쉽지 않다. 만약 ‘인재’라는 결론이 나고 피해 주민들이 민사소송 등을 제기할 경우에는 막대한 액수의 보상금을 지불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서초구는 당시 폭우로 입은 피해를 ‘1천억원 이상’으로 산정해 정부로부터 특별재난지역으로 인정받았다.
서초구 관계자는 “당시 민간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하지는 않았지만 도로와 공원 등 공공시설물 피해가 600억원이 넘은 것을 감안하면 민간 피해는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서민의 심정을 최대한 배려하는 박 시장의 성향으로 볼때 깊은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사태 현장을 찾은 직후에도 바로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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