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이용한 불법거래·현지법인 활용한 금융거래 주목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CJ일본법인의 의심스러운 해외 대출 및 실물 거래와 관련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불법 거래와 해외 현지법인을 활용한 금융 거래 등 크게 두 갈래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신한은행 도쿄지점이 ‘팬(PAN) 재팬’ 주식회사에 240억원을 대출해 준 것과 관련, 28일 본점을 압수수색해 금융 거래 자료를 확보했다. 이 회사는 CJ그룹의 일본법인장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CJ 측이 대출금으로 일본 도쿄 시내의 234억원짜리 고가 건물을 매입한 경위와 용처, 대출금 변제 과정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CJ그룹 측이 대출금을 일부 갚는데 사용한 자금의 원천이 무엇인지도 수사 대상이다.
앞서 검찰은 CJ그룹이 홍콩 등 조세피난처에 차명계좌를 개설해 해외 비자금을 조성, 이를 이용해 계열사 주식을 거래한 의혹을 집중 수사해왔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에 국제 공조를 요청, 관련 자료를 요청해 놓았다.
이들 지역은 매매 차익에 대한 과세가 없거나 자산 운용에 대한 법적 규제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이다. 따라서 CJ 측이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차명 계좌를 운용하며 주식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 지역에서 대량 거래가 이뤄진 차명 의심 개인·법인 계좌 6∼7개를 찾아냈으며, 현지 당국의 협조를 받아 이들 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의 명의를 빌렸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검찰이 홍콩과 싱가포르의 차명계좌 운용 실태에 이어 일본 현지법인의 대출 및 부동산 거래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CJ 측의 해외 비자금 의혹은 점차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불법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CJ그룹의 국내외 차명계좌를 활용한 주식 매매 및 차익 실현, 이자·배당금 국내 미반입 등을 중심으로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해외 현지법인을 활용한 금융 거래 의혹의 경우 해외 투자 내역의 허위 신고 또는 미신고, 해외 투자 명의자 조작, 역외 금융계정 이용, 거액 대출 등 현지 금융을 과다 사용한 뒤 장부에 허위 계상하는 방법 등에 대해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서류상 회사일 뿐인 페이퍼 컴퍼니의 규모나 운영 경위 등도 파악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CJ그룹의 해외 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함에 따라 향후 각종 편법·불법 행위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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