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만의 ‘보따리 상봉’…을지대병원 격리 해제

14일 만의 ‘보따리 상봉’…을지대병원 격리 해제

입력 2015-06-23 14:37
수정 2015-06-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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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50년 중에 마누라랑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던 적이 없었어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을 위해 격리돼 있던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환자와 의료진 등 102명이 23일 홀가분한 마음으로 병실을 나섰다. 열나흘만이다.

을지대병원은 90번 환자(62·사망)가 지난 6∼8일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곳이다. 병원은 곧바로 코호트(감염환자 발생 시 발생 병동을 의료진 등과 함께 폐쇄해 운영) 격리 조치됐다.

잠복기로 알려진 열나흘간 병원에서는 추가 확진자가 발생할까 노심초사하며 소독과 발열 모니터링 등 촘촘한 방역 그물망을 펼쳤다.

환자와 보호자들도 병원의 안내를 잘 따라줬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메르스 전파 제3의 진원지’ 우려 속에 별 탈 없이 시간이 지나고 이날 0시를 기해 격리가 해제되자 서로 격려하며 기뻐했다고 했다.

집 안에만 있던 210명도 함께 격리 해제됐다.

중환자실에 가족을 둔 채 마음 졸였던 보호자들도 아침부터 기쁜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80대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는 장모(47·여)씨는 “아버지가 오히려 건강을 많이 회복한 모습을 보이셔서 정말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 70대 노인은 보따리를 손에 든 채 입구에서 손소독을 하고 발열 검사를 마치자마자 부인 병실로 향했다.

그는 “중환자실에 있던 아내가 상태가 좋아져 일반실로 옮긴다고 했다”며 “결혼생활 50년 동안 마누라와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병원에서는 환자·보호자와 함께 격리된 채 맡은 바 임무를 해온 의료진의 격리 해제를 축하하는 행사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황인택 병원장은 박지성 선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별명인 ‘언성 히어로’(숨은 영웅)를 의료진에 빗대어 “여러분이 바로 드러나지 않은 진정한 영웅”이라고 격려했다.

홍민정 중환자실 수간호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격리된 간호사 중) 아이 엄마가 4명이나 있었는데 매일 영상 통화하면서 울기까지 했다”며 “간호사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도 있었는데, 이를 참아준 가족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축하행사는 그러나 사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듯 3분여 만에 끝나는 등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우여곡절 속에 정상을 회복한 을지대병원은 90번 환자가 입원했던 중환자실(내과계)에 대해 재차 방역 작업을 벌이는 한편 메르스 예방 활동도 이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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