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기자, 가토 측 증인 출석…재판부 9월 선고할 듯
지한파 미국 언론인으로 유명한 도널드 커크 기자가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산케이(産經)신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9)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명예훼손 혐의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동근 부장판사) 심리로 29일 열린 가토 전 지국장재판에서 커크 기자는 “솔직히 말하면 해당 기사는 매우 길고 촌스럽고 따분하긴 하지만,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72년부터 시카고 트리뷴과 USA투데이,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미국 유수 언론의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며 한국에 관한 수많은 기사를 써온 커크 기자는 특히 5·18 광주 현장을 보도해 세계에 알린 기자로 유명하다.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그는 외신 기자들의 국내 취재 방식 등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가토 전 지국장 측의 요청으로 증인으로 나오게 됐다.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해 8월 3일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두 사람이 긴밀한 남녀관계인 것처럼 표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커크 기자는 이 기사에 대해 “그냥 한 번 읽고 잊어버리는 사소한 가십성 기사인데, 오히려 이 기사에 (청와대가) 과잉 반응하는 바람에 새로운 관심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에 검찰은 “기사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느냐, 기사에 등장하는 정윤회나 최태민 등에 대해 아느냐”고 추궁했고, 커크 기자는 “그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리 중요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심각한 주제가 많다”고 맞받아쳤다.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의 수정헌법 1조와 ‘인간의 존엄성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한 독일 헌법 1조를 언급하며 두 가치가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할지에 대한 해석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커크 기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더라도 피고인의 기사가 누구를 비방할 목적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변호인 측이 가토 전 지국장이 인용한 기사의 작성자라며 증인으로 세우려 한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는 지난 재판에 이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음에 따라 재판부가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변호인과 검찰 양측의 나머지 증인 신문을 위해 다음 달 기일을 한 차례 열고 8월에 피고인신문을 끝으로 재판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선고는 9월께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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