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특경가법 대신 형법 적용, 배임 파기 환송… 고법서 재심
기업비리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이 법원의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이 1~2심 재판부의 배임죄 가중처벌 규정 적용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날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검찰은 2007년 이 회장이 실질 소유주인 팬 재팬 명의로 일본 도쿄의 건물 두 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CJ 재팬이 팬 재팬의 대출 채무에 연대 보증을 서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배임액은 309억원(원심 기준)으로 산정됐다. 대법원 역시 배임 혐의를 유죄로 봤다. 하지만 특경가법이 아닌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경가법은 범죄액수에 따라 처벌 기준이 달라지는 만큼 이득액을 신중하게 산정해야 하고, 구체적인 액수를 따지기 어려울 때는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 취지다.
이 회장은 1600억원대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기소됐다. 1심은 징역 4년, 2심은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앞으로 있을 파기환송심에서는 309억원의 배임죄 부분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게 됐다. 배임에 대해 형법이 적용되면서 양형이 줄어들고, 향후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아버지 빈소도 못 지켰을 정도의 건강 상태임을 고려할 때 파기환송돼 형량 재고의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2015-09-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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