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대회] ‘쇼다운을 아십니까’ 김정빈의 첫 발자욱

[시각장애인대회] ‘쇼다운을 아십니까’ 김정빈의 첫 발자욱

입력 2015-05-13 09:05
수정 2015-05-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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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결전’을 뜻하는 단어 쇼다운(showdown)이 시각장애인 스포츠 종목 이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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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각장애인대회 쇼다운
세계시각장애인대회 쇼다운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2015 서울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쇼다운 예선 김정빈과 페데르센(덴마크)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제공
일찍이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쇼다운계에 김정빈(24)이 한국인으로는 첫 발자취를 남기며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5 서울 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 쇼다운 남자부 예선에서 지에도니스 마주르스를 세트 스코어 2-0(12-9 11-5)으로 완파한 김정빈은 한국인 최초로 쇼다운 국제대회 승리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이어 12일에는 대표팀 동료 정경모를 2-0(11-6 12-7)으로 물리치고 이외른 페데르센(덴마크)마저 2-0(12-8 11-7)으로 꺾어 예선 3연승을 달렸다.

허나 전날 첫 승리에 앞서 3연패를 당한 터라 아쉽게도 결선 진출의 뜻은 이루지 못하고 하위권 순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김정빈은 “외국인 선수들 플레이를 보니 벽이 너무 높은 것 같아 애초 목표가 5할 승률이었다”며 “첫 승리를 거두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좀 더 빨리 이겼더라면 좋았겠지만 3승 3패로 5할을 채워서 기분은 좋다”고 웃었다.

1977년 캐나다인 조 루이스가 개발한 시각장애인 스포츠 쇼다운은 오락실에서 흔히 보이는 ‘에어하키’와 매우 유사하다.

공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둘레에 난간을 두른 직사각형 테이블에 두 선수가 마주 보고 서서 짧은 배트를 이용해 소리가 나는 공을 쳐 상대 골망에 넣는 경기다.

환경 제약이 적고 비장애인 파트너가 없어도 경기를 할 수 있어 시각장애인들에게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저변이 넓지만 한국은 이번이 국제대회 첫 참가다.

김정빈은 지난해 7월 처음 쇼다운을 접해 올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시작할 당시엔 공식 규격 테이블이 아니라 아크릴판으로 모양만 따라 만들어놓고 연습했다”며 “저는 장애인이 하는 스포츠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돌아봤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야맹증을 앓아 시력이 점차 약해졌던 김정빈은 결국 지난해 1급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앞이 보이지 않아 심리적으로 위축되던 차에 접한 쇼다운은 그에게 삶의 새로운 즐거움을 전해줬다.

김정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오로지 소리만 들으며 상대 골 포켓에 공을 넣었을 때의 짜릿함은 직접 해본 사람만 안다”며 “골을 먹으면 자존심이 상하고 승리욕이 불타오르는 그런 스포츠”라고 쇼다운을 설명했다.

”탁구만큼이나 굉장히 속도감이 빨라 박진감이 넘치고 집중하게 되는 종목”이라고 쇼다운을 치켜세운 김정빈은 13일 순위 결정전에 또 한 번 새 역사를 쓰러 나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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