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벨기에·러시아·알제리와 H조 편성
과연 홍명보호는 일부가 주장하는 대로 최상의 조 편성을 받아든 걸까.한국이 지난 7일 새벽 브라질 코스타두사우이페에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 추첨 결과 벨기에(FIFA 랭킹 11위), 알제리(26위), 러시아(22위)와 함께 H조로 편성됐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원정 16강 달성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일부에서는 보고 있다.

한국의 대진운은 무난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은 물론 개최국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까지 전통의 강호들을 피해 일단 최악을 비켜 간 것이다.
그러나 FIFA 랭킹 54위인 한국의 16강행은 객관적으로 볼 때 쉽지 않다. 16강에 오르려면 조별리그에서 최소 1승2무(승점 5)를 거둬야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H조에는 절대 강팀이 없어 판도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조 추첨 결과에 4개 팀 모두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며 환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고 물리는 치열한 순환 승부가 이어지면 16강행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칠레, 스페인과 나란히 승점 6(2승1패)을 얻고도 골 득실에서 3위로 밀려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한국으로선 러시아, 벨기에와 비기고 알제리를 꺾는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승점 5가 된다. 여기에다 알제리가 3패하고 벨기에가 러시아를 잡아주면 러시아를 밀어내고 조 2위를 차지할 수 있다. 홍 감독이 조 추첨 직후 “첫 두 경기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행인 것은 홍 감독이 러시아 축구의 맛을 봤다는 점이다. 홍 감독은 올해 1월부터 러시아 프로축구 1부리그 안지 마하치칼라에서 6개월간 코치 연수를 했다. 러시아 대표 선수들은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홍 감독이 이들의 기량을 직접 봤던 것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문제는 이동거리. 한국이 H조 안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점이 걸림돌이다. 특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첫 두 경기를 치르기 전에 각각 1110㎞와 1700여㎞를 이동해야 한다. 또 첫 경기가 열리는 쿠이아바는 평균 기온이 30도, 알제리와 두 번째 경기를 하는 포르투알레그리는 19도로 날씨 적응도 변수가 된다.
16강과 그 이상을 바라는 우리의 희망과 달리 해외 도박사들은 냉정하기만 하다. 영국 베팅업체 ‘윌리엄힐’은 우승팀 베팅에서 한국의 배당률을 500배로 책정했다. 벨기에가 14배, 러시아가 66배, 알제리가 1000배였다. 한국이 조 3위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는 얘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2013-12-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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