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기정사실… 횟수·폭이 관건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4일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정부나 시장의 관심은 ‘인하냐, 동결이냐’가 아니다. ‘한 번이냐, 두 번이냐’다. 인하는 기정사실이고 그 횟수와 폭이 관건이라는 의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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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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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책 공조 효과 극대화 등을 위해 이달에 0.50% 포인트를 확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하지만 하방 위험을 열어놓았다고는 해도 이 총재 스스로 “(하향 조정한) 올해 성장 전망치가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한다”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 빅스텝(0.50% 포인트)보다는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베이비스텝으로 가더라도 관전 포인트는 또 있다. 인하 횟수다. 금통위가 끝난 뒤 이 총재의 기자회견을 보면 추가 인하 여지를 엿볼 수 있다. 시장의 눈과 귀도 온통 여기에 쏠려 있다. 금리 인하가 더 일찍 이뤄졌어야 한다는 실기(失機)론자들은 “한 차례 인하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면서 “이 총재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달에 0.25% 포인트 내리면 기준금리는 연 2.25%가 된다. 여기서 한 번 더 내리게 되면 2.0%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과 같아진다. 역대 최저 금리로의 회귀이기도 하다. 2009년 우리나라는 0%대 성장(0.7%)을 했다. 지금은 그래도 3%대(전년동기대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의 금리를 가져가는 게 타당하느냐는 반론과 회의가 생길 수 있다. 미국에서는 조기 금리 인상설마저 다시 꿈틀댄다. 한 차례 인하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진영의 논거다.
이런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등에 대비해 예·적금 금리를 발 빠르게 내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일 ‘KB말하는적금’ 상품의 금리를 연 2.7%에서 2.5%로 0.2% 포인트 내렸다. 앞서 정기예금 금리도 0.2~0.3% 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에만 예금 금리를 두 차례나 내렸다. 이에 따라 이자가 가장 높던 우리평생파트너예금(회전형)의 금리가 연 2.5%로 한 달 전보다 0.2% 포인트 낮아졌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지난달 예금금리를 0.1~0.3% 포인트씩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은행 금리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08-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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